희귀질환의 유전적 원인이 기존보다 더 높은 정확도로 밝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.
라드바우드대학교(Radboudumc)의 Christian Gilissen 교수와 Lisenka Vissers 교수, 그리고 연구진은 기존의 숏리드(short-read) 기반 유전체 시퀀싱보다 롱리드(long-read) 기반의 시퀀싱 기술이 복잡한 유전 변이를 탐지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. 해당 연구는 The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에 최근 게재되어 80~90%의 희귀질환 사례에서 원인을 롱리드 시퀀싱으로 밝혀낼 수 있었다고 보고하며, PacBio의 HiFi 시퀀싱 기술을 기반으로 진행되었습니다.
희귀질환은 대부분 유전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, 이러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유전체 시퀀싱 기술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. 일반적인 유전체 분석에서는 인간 DNA를 약 300염기 가량의 짧은 조각으로 자른 후, 이를 재조립하여 전체 게놈을 해독하는 숏리드 기반 방식을 활용합니다. 이 방식은 수많은 희귀질환의 원인을 규명해 왔지만, 구조적 변이와 긴 반복 서열 등 특정 복잡 변이의 탐지에는 한계를 보여 왔습니다.
기존의 숏리드 방식은 많은 유전 질환을 밝혀내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, 유전체 내 복잡한 구조 변이를 정확히 조립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. 이에 따라 연구팀은 PacBio HiFi 시퀀싱을 활용한 롱리드 기반 분석을 도입했습니다. 이 기술은 한 번에 최대 20,000염기 이상의 긴 DNA 서열을 읽을 수 있어, 기존의 숏리드 방식으로는 분석이 어려웠던 구조적 이상 및 복잡 서열에 대해 뛰어난 분석력을 제공합니다.
연구진은 과거 숏리드 기반 분석과 여러 추가 검사로도 유전적 원인을 찾기 어려웠던 100개의 희귀질환 샘플을 선정해, 롱리드 단독 분석을 수행하여 롱리드 한 가지 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확인하고자 했습니다.
그 결과, 전체 샘플 중 83%는 롱리드 시퀀싱만으로 즉시 원인을 규명할 수 있었으며, 추가적인 검토를 통해 10%는 기술적으로 탐지되었으나 자동화 분석에서는 놓친 사례가 있었습니다. 나머지 7%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탐지가 어려워 향후 기술적 개선이 필요한 영역으로 분류하였습니다.
결과적으로, 총 93%의 사례에서 롱리드 기술이 원인을 규명할 수 있었으며, 이는 기존 숏리드 기술로는 어려운 사례들이었습니다. 이 수치는 구조가 단순한 유전변이의 경우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.
롱리드 시퀀싱의 또 다른 기술적 장점은 DNA 메틸화(methylation)와 같은 후성유전적(epigenetic) 정보를 동시에 읽어낼 수 있다는 점 입니다. 메틸화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 여부를 조절하는 중요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이며, 숏리드 기반의 시퀀싱에서는 직접 측정이 어려워 별도의 실험이 필요합니다.
PacBio의 HiFi 시퀀싱은 연기 수준의 정확도와 함께, 메틸화 같은 화학적 변형도 탐지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. 이를 통해 구조적 변이뿐만 아니라 유전자 발현 조절 이상에 의한 질환 원인을 규명할 수 있습니다.
실제 한 사례로, 한 희귀질환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동일한 유전자를 두 번 물려받고, 두 복사본 모두 메틸화에 의해 발현되지 않은 경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. 이와 같은 복잡한 유전적 이상은 기존의 숏리드 기반 접근으로는 규명할 수 없었으나, 롱리드 기반 시퀀싱 기술로은 즉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.
이러한 결과는 롱리드 기술이 단순히 유전체 정보를 읽는 것을 넘어서, 임상 진단에서 병인 파악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. 특히, 희귀질환처럼 복합적인 유전 및 후성유전적 요인이 얽혀 있는 질환의 진단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시사합니다.
최근 몇 년간, 롱리드 기술의 임상 적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. 이번 연구는 원인이 이미 알려졌거나, 기존 방식으로 찾기 어려웠던 사례를 대상으로 롱리드 기술을 직접 비교한 첫 대규모 연구입니다. 해당 논문은 기술의 지속적인 개선과 비용 절감으로 희귀질환 진단에 있어 롱리드 시퀀싱이 품질, 간편성(한 번의 테스트로 충분함), 경제성 측면에서 가장 적합한 솔루션이 될 수 있음을 전망하고 있습니다.
관련 논문: Wolfram Höps et al, HiFi long-read genomes for difficult-to-detect, clinically relevant variants, The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 (2025). DOI: 10.1016/j.ajhg.2024.12.013 |